IOL의 개인전 문제의 구성을 알아보겠습니다.
개인전 문제의 구성
개인전 문제의 가장 전형적인 구성은 위 그림과 같습니다.
먼저, 문제 상단에 위치한 ① 문제 정보에서는 미지의 언어(이하 “미지언어”) 이름과 함께 해당 언어의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제공하는지를 제시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문제에 대한 윤곽을 먼저 잡을 수 있습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이 문제가 베나베나어 동사의 형태론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이어 ② 미지언어 데이터가 ③ 한국어 번역과 함께 제시됩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베나베나어의 동사 형태 열다섯 개와 그 한국어 번역이 나란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학생들에게 출제된 언어에 대한 선행 지식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 열다섯 개의 문장은 베나베나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이 데이터를 통해서 베나베나어에 대한 규칙들을 발견할 수 있게 고안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에 따라,
- 미지언어 또는 한국어 일부가 빈칸으로 제시되어 있거나,
- 한국어 번역이 순서에 상관 없이 뒤섞여 있는 경우
도 존재합니다. 1번 경우의 빈칸은 뒤에서 문제의 일부분인 경우가 많습니다. 2번 경우와 같이 무작위로 제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알맞게 짝지어라” 문제가 선행하게 됩니다. 수사 문제의 경우 수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데이터 밑에는 ④ 미지언어→한국어로 번역하는 문제와 ⑤ 한국어→미지언어로 번역하는 문제가 제시됩니다. (본인의 개인전 사용언어가 영어인 경우에는 영어로 제시됩니다. 대한민국팀은 2008년과 2010~2016년 사용 언어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영어를 선택해왔지만, 2017년부터는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위 예시에서는 (a)에서 베나베나어 동사 형태 다섯 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제와 (b)에서 한국어 문장 네 개를 베나베나어로 번역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석에서는 ⚠ 표시와 함께 ⑥ 언어에 대한 정보가 제시됩니다. 이곳에서는 미지언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어지는 정보는 주로
- 언어가 속해 있는 어족,
- 인구와 사용 지역,
- 사용자들의 문화와 관습,
- 몇몇 기호에 대한 부연 설명
등이 있습니다. 인구나 지역과 같은 정보가 문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여 무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큰 실마리가 될 수 있으므로 ⑥번의 주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위 문제에서는 베나베나어의 어족(트랜스뉴기니어족)과 인구만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주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문제를 푸는 순서
많은 학생들이 개인전 문제를 풀 때 정해진 순서 없이 바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번역하는 단계로 뛰어들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생각보다 언어학 올림피아드 개인전의 제한 시간은 짧고,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단시간 내에 문제 풀이에 필요한 필수적인 과정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서는 가장 정석적인 문제 풀이 순서를 제시합니다.
문제를 푸는 순서
① ⇒ ⑥ ⇒ ③ ⇒ ② ⇒ ④ ⇒ ⑤
- ① 문제 정보와 ⑥ 주석을 꼼꼼히 읽는다
- ③ 한국어 번역 문장을 분석한다*
- ② 미지언어 데이터를 분석한다
- 미지언어의 규칙을 정리한다** ☜진짜 문제의 핵심
- ④와 ⑤를 번역한다 ☜많은 학생들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착각하는 곳
*반드시 한국어 번역을 분석한 다음에 미지의 데이터로 뛰어들자!
**반드시 미지언어에 대한 규칙을 정리한 다음에 번역으로 뛰어들자!
문제만 두고 보면, ④ 미지언어→한국어로의 번역과 ⑤ 한국어→미지언어로 번역만이 과제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번역을 성공적으로 하는지가 점수의 척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에게서 더 정확한 규칙을 찾기보다 더 정확한 번역에 매달리거나, 규칙을 찾기도 전에 번역을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 언어학 올림피아드는 아래와 같이 답안 작성 주의사항에서 미지 언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기술할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미지언어의 규칙을 정리하여 기술하는 단계를 뛰어넘으면 번역이 모두 정확하더라도 아주 낮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요컨대, 문제의 핵심은 번역이 아니라 규칙을 찾아내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지언어의 규칙을 잘 정리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요령을 갖추어야 합니다. 개인전 답안 작성 요령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개인전 답안 작성 요령
작성 김민규 감수 양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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